최근 인사혁신처에 무단으로 침입해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한 공시생 송모(26)씨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사능력시험, 토익시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기소 의견으로 송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송씨는 다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2011년과 201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면서 약시 진단서를 발급받아 저시력자 특별대상자로서 각 과목당 1.5배 연장된 시험시간을 부여받았다.
특히, 2011년 수능시험 때는 과목별 시험이 끝날 때마다 답안이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점을 악용해 시험 중 화장실 휴지통에 숨겨둔 휴대폰으로 답안을 확인하고 고득점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씨가 1교시로 치르는 언어영역은 5등급을 받은 반면, 나머지 영역들은 전부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지원대학에 불합격한 송씨는 이후 목표를 지역인재 7급 채용시험으로 바꿨다. 학과성적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공개채용보다는 합격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었다. 지역인재 7급 시험에 응시하려면 토익 700점 이상,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하는 까닭이다.
송씨는 2010년에 발급받은 약시 진단서를 2015년의 것으로 위조해 또 다시 토익시험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일반응시자보다 1.2배 늘어난 시험시간을 부여받았다. 이로 인해 송씨의 RC풀이시간은 75분에서 90분으로, 한국사 풀이시간은 80분에서 96분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송씨의 대담한 범행은 끝나지 않았다. 대학 추천자 선발을 위한 대학자체 PSAT 모의고사에 통과하기 위해 송씨는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하는 서울 신림동 소재의 한 학원에서 문제지 1매와 답안지 2매를 절취한 끝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비단 인사혁신처 주관 시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한 번씩은 응시하는 주요 자격시험의 보안이 송씨에 의해 허무하게 뚫린 셈이다.
경찰청은 “피의자가 손쉽게 약시 진단서를 위조해 수능과 토익, 한국사 시험시간 연장을 받은 점을 고려해 시간연장 대상자 확인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교육부와 한국토익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엄격한 시험 관리를 위해 최근 YBM시사 한국토익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장애인 편의지원 운영 현황과 개선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토익시험 주최 측에서 강도 높은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토익을 공무원 시험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7급에 이어 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시험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인사처가 또 다시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토익성적을 아예 공무원 시험에서 배제하는 것도 문제다. 7급 국가공무원의 경우 2017년부터 영어 시험이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되기에 내년 합격을 목표로 하고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사혁신처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이유다.
9급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이모(26)씨는 “이런 부정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섣부르게 토익시험을 공무원 시험에 도입하겠다고 언론에 떠벌린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를 통해 “국가시험의 공정하고 엄격한 관리를 위해 관련 검정시험 기관에게 장애인 편의지원 운영 검토 및 개선계획 등을 요청하는 신뢰성 검증에 착수한 상태로, 공무원 시험의 토익 배제는 앞으로 충분한 확인과 검토를 거쳐 결정할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편, 이근면 인사혁신처 장관은 15일 열린 인사혁신처 신청사 개청식에서 “공무원 채용시험 보안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세종시 이전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채용시험 보안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 출처 : 공무원저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