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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평가 기준 애매한 공직사회, 섣부른 성과제 도입은 독 될 수 있어
전국 시대에 주군의 복수를 위해 숯을 삼킨 자객이 있었다. 진(晉)나라 지백(智伯)의 신하 예양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조양자가 지백을 죽여 그의 두개골로 술을 마시는 치욕을 보이자 조양자를 암살하려 목소리와 외양까지 바꾸는 고통을 감내했다. 그러나 치밀한 암살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예양은 생포되고 만다.
조양자는 “지백은 너의 전 주군들을 죽였음에도 너는 그의 신하가 되었는데, 왜 내게는 복수하려 하느냐”며 그를 회유하려 했지만, 예양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오. 지백은 나를 하늘 아래 가장 뛰어난 인물로 여겨 주었기에 나는 가장 뛰어난 인물처럼 그에게 보답하려는 것이오.”라는 말을 남기고 자결한다.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한 예양의 일화는 무엇이 훌륭한 팔로어십을 이끌어내는지를 상기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리더가 있을 때, 공고한 팔로어십이 형성되고 구성원 각자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양의 일화는 “인사가 곧 만사”라는 말의 좋은 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실생활에선 인사가 만사를 그르치는 현상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는 점이다. ‘낙하산’과 ‘줄타기’가 부정적인 용어로 더 많이 통하고 있는 사회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노고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인사시스템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공무원 성과급 확대방안만 해도 이상은 그럴듯하나 당사자들인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이해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
업무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 성과급을 더 주겠다는 말은 좋지만, 민간기업과 달리 ‘실적평가’가 애매한 공직사회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가려내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평가 기준 때문에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의 줄타기와 눈치싸움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무원 면접에서 단골로 던져지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란 질문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공직사회의 혁신을 위해 성과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업무현장의 현실과 구성원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혁신은 공직사회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독이 될 뿐이다.
일선 공무원들의 고충과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사혁신의 첫 걸음이다.
< 출처 : 공무원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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