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9급 면접시험의 변별력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치러진 세무직 9급 면접시험 때문이다. 올해부터 면접시험 제도가 새롭게 바뀌면서 50여 분간 진땀나는 면접을 치르고 나온 세무직 응시자들은 대체적으로 “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직관과 직무능력을 까다롭게 검증할 수 있는 까다로운 질문들이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면접이 이어진 탓이다.
특히, 응시자들을 가장 허탈하게 만든 것은 직무능력 면접이었다. 일부 응시자들에 따르면 직무 면접에선 ▲현금영수증 제도의 혜택 ▲탈세와 절세의 차이 ▲메르스 사태 피해지원을 위한 국세청의 정책 ▲탈세 방지를 위해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 등과 같이 세무직과 관련한 기본적인 상식을 묻는 질문들이 주로 던져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지식을 꼼꼼히 준비했던 응시자들에겐 바뀐 면접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문제는 질문의 난이도가 모든 응시자들에게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후 면접을 보고 나온 한 응시자는 “세법 관련 질문만 3개 정도를 받았는데 두 번째 질문에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 걸린다”면서 “세법과 회계학을 선택과목으로 응시하긴 했지만 누구 한 사람한테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응시자들의 공직가치에 대한 이해와 의사발표의 정확성 및 논리성을 평가하기 위해 신설된 ‘5분 스피치’에선 부정부패 고발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이유를 유추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함께 제시된 통계자료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조리 있게 발표를 마친 응시자들은 비교적 순탄하게 면접을 마칠 수 있었지만, 5분 스피치에서 막힘이 있었던 응시자의 경우 면접 내내 후속질문이 이어졌다고 밝혀 향후 5분 스피치가 면접자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국가관 검증을 위해 ▲태극기에서 태극 문양과 흰 바탕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애국가를 불러보라 등과 같은 주문들이 이어지면서 허를 찔린 수험생들도 속출했다. 한 응시자는 “국기에 대한 맹세 외워보라고 해서 자신 있게 답했는데 면접관 분께서 ‘개정되기 전 것’이라고 지적해주셔서 당황스러웠다”면서 면접장에서 진땀을 흘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50분간 유사한 면접질문을 받았을 뿐 아니라, 면접관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다는 평이 나오면서 수험생들은 이번에도 결국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최종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평정요소 5개 항목 모두를 ‘상’으로 평정하는 ‘우수’ 등급을 받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 면접 제도는 ‘우수’ 등급을 받을 경우 필기시험 성적 순위와 상관없이 최종합격이 보장되지만, ‘보통’을 받으면 ‘우수’ 등급을 받은 응시자 수를 포함해 선발예정인원에 달할 때까지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합격을 결정하고 있다.
게다가 인사혁신처가 올바른 공직가치관을 심층 검증하는 방향으로 면접시험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비해 ‘태극기’나 ‘국기에 대한 맹세’ 등과 관련한 질문은 올바른 인재상을 검증하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치러질 나머지 분야의 면접시험이 세무직 시험의 도돌이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세무직 면접시험의 최종합격자는 10일에 발표될 예정이며, 이 중 470명이 면접시험 단계에서 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