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무실 주변의 식당만 찾다가 지겨워져서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 사무실 주변에서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이탈리아 파스타 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토마토소스와 베이컨이 잘 버무려진 파스타를 맛있게 먹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업무로 쌓인 피로도 풀렸다.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표현하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일 것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가며 굴욕을 겪고, 부끄러운 경험들을 반복하곤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삶은 정말로 가혹하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참게 되며,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닌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식당을 가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서 과감히 결정하지 못한다.
설령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잠시 생겨 근사한 음식점을 가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수험생은 얼마 없을 것이다.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자신의 처지로 인해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식상한 속담처럼, 음식은 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처해진 환경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자도 지금껏 살면서 맛 본 가장 맛있는 치킨이 군대 시절 업무 차 출장 나갔다가 몰래 먹은 후라이드 치킨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6월 27일 지방직 9급 시험을 마지막으로, 올해 9급 공채 필기시험이 모두 마무리됐다. 합격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신 9급 수험생들에게 지금 시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힘든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 미래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수험생도 있을 것이고, 실패를 발판삼아 의욕을 북돋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시험까지는 최소한 반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가혹하게 하루를 버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단 하루라도, 아니 이틀, 삼일이라도. 맛있는 것을 찾아 먹거나, 평소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컴퓨터도 오랜 시간 가혹하게 다루면 고장 나기 마련이다. 금속으로 지어진 컴퓨터가 그런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은 오죽할까? 휴식은 죄가 아니며, 노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기자가 가장 공감하는 광고가 배우 오달수씨가 나와서 ‘노는데 밤낮이 어딨어’라고 말하는 광고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확고한 자신의 의지와 꿈만 있다면 노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가지고 지키지도 못할 정도로 빼곡하게 학습 계획표를 짜는 것은 성공적인 수험생활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조금 운이 없었다고, 고생했다고,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것은 어떨까?
스스로 납득할 정도로 보상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공무원 시험 합격까지 가는 험난한 길을 버티는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